I. 서론
~ 아스톤 빌라와 우나이 에메리 ~
2010년대부터 프리미어리그는 빅 6이라고 불리는 팀들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기존에 빅 4라 불렸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아스날, 리버풀에 만수르의 투자로 신흥 강호로 도약한 맨체스터 시티와 우수한 선수들을 싼 가격에 영입해 전력을 수직상승시킨 토트넘 핫스퍼가 이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아스톤 빌라는 빅 6의 아성에 도전했다. 이미 저번 시즌, 최악의 스타트를 기록한 제라드 감독을 경질하고 라리가 중상위권에서 잔뼈가 굵었던 에메리에게 지휘봉을 맡겼고 에메리는 리그 10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7위까지 오르며 유럽대항전에 진출했다.
에메리 체제의 아스톤 빌라는 이번 시즌에도 지난 시즌의 돌풍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함은 물론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프리미어리그 4위와 컨퍼런스리그 준결승에 오르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최근 15년 간 아스톤 빌라의 성적 중 가장 좋은 성적이기도 하다.
스페인의 중상위권 클럽인 발렌시아, 세비야, 비야레알에서는 좋은 성과를 맛보았던 우나이 에메리였지만,
아스널에서는 인상 깊은 활약을 보이진 못했기에 빌라에서 성공한다는 부분에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아스톤 빌라라는 도화지에 무슨 색을 끼얹었을까?
II. 본론
~ 우나이 에메리 직전 비야레알 시절 전술 ~
유로파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서 강호들을 연파하고 돌풍을 일으킨 2021-22 시즌 비야레알을 복기해보자.
Villarreal 4-4-2 ( 3-5-2 )
당시 비야레알은 최전방 공격수 카를로스 바카와 파코 알카세르가 부진해 팀을 떠나게 되었고, 에이스 제라르 모레노의 잦은 부상으로 새로운 해결사가 필요했는데 그 적임자가 당시 AFC 본머스의 아르나우트 단주마였다. 비야레알에서의 단주마는 21-22 시즌에만 16득점을 기록하며 비야레알 공격의 핵심으로 이름을 날렸다.
4-4-2로 시작했지만 공격적인 풀백 에스투피난이 좌측으로 전진했고 중앙 지향적인 좌측 미드필더 코클랭은 중원 싸움에 가담했고 에이스 단주마는 프리롤로 활약하면서 3-5-1-1로 포진을 변경해 움직이며 상대를 공략했다.
상술한 플랜에서 모레노가 부상으로 이탈한 경우에는 4-4-1-1 대형으로 전환해 로셀소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서고 라이트윙에는 빠른 스피드와 우수한 드리블 스킬을 가진 사무엘 추쿠에제를 기용해 역습 상황에서 에스투피난과 함께 측면 지역을 활용한 공격을 강화하는 변수를 두기도 했다.
거기에 화룡점정으로 주전 골키퍼 헤르만 루이의 뛰어난 활약까지 더해져 에메리호의 비야레알은 선전할 수 있었다. 비록 빌라로 떠나기 직전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그가 유럽 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은 비야레알을 최초로 상위권에 안착시킨 페예그리니 못지않은 대단한 업적이었다. 빌라는 괜히 에메리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 우나이 에메리가 빌라에서 시도한 것 ~
비야레알 시절과 마찬가지로 우나이 에메리 감독은 아스톤 빌라에서도 독특한 4-4-2를 이어서 사용했는데 아스톤 빌라에서는 비야레알 시절과는 다르게 파레호와 당시 비야레알 소속이던 로셀소와 같은 팀의 세밀함을 도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에메리는 23-24 시즌, 미드필더 라인에서 세밀함을 더해줄 수 있는 차니올로나 틸레만스를 영입하고, 분데스리가의 레버쿠젠에서 이름을 날린 베일리와 디아비를 차례로 영입하며 팀에 발 빠른 선수들을 추가했다.
Aston Villa 4-4-1-1 ( 3-4-2-1 )
에메리 체제의 아스톤 빌라의 키는 수비형 미드필더 카마라가 쥐고 있는데 후방의 포백 중 디뉴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수비수인 파우 토레스, 지에구 카를루스, 콘사가 견고한 스리백 라인을 구성하고 카마라를 피보테로 활용하며 포백 보호와 볼 순환을 모두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겼다.
디뉴의 활용도 역시 독특한데, 순간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라가는 인터티드적인 위치를 보이거나,
디뉴 역시 측면에서만 제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반적인 풀백과는 다르게 활용하는데 순간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으로 올라가는 인버티드 풀백 역할을 맡거나, 상대의 조직적인 압박을 탈출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니올로를 지원하기 위해 공격에 가담하기도 한다. 존 맥긴과 더글라스 루이스 역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원활하게 볼을 소유하며 박스 타격에도 강점을 보이기에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서 플레이하게 지시한다.
공격진의 올리 왓킨스와 무사 디아비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스피드스터였고 양쪽에서 상대 수비라인의 배후로 침투해 마무리하는 공격전술을 활용해 재미를 봤는데 이는 3-2-5와 3-2-4-1의 포지션 스위칭을 적절하게 활용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비야레알 시절과 유사한 대형인 4-4-2 대형과 5-4-1 대형을 주로 활용했다.
디아비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틸레만스나 모건 로저스가 경기에 주로 출장하는데, 틸레만스는 경기 조율 능력이 앞서 말한 더글라스 루이스와 부바카르 카마라보다도 훌륭해서 루이스와 맥긴을 조금 더 공격적인 위치로 올려 사용할 수 있다.
모건 로저스는, 위 사진에 나오진 않지만 주로 사진 기준 맥긴의 위치에서 출장하며, 차니올로와 경쟁하는데 두 선수 모두 적정한 준속과 경기 관여 능력으로 최근 에메리 감독 아래에서 각광받고 있는 선수들이다.
III. 결론
~ 우나이 에메리가 빌라에서 해내고 있는 것 ~
결과론적으로, 우나이 에메리의 판단은 옳았다고 볼 수 있는데 에메리는 실리적인 이 전술을 바탕으로 서론 부분에서 말했듯이 프리미어리그 4위 및 컨퍼런스리그 준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게다가 에메리 체제의 빌라는 다수의 중위권 및 하위권 감독들의 롤모델이 되었는데 여러 클럽의 감독들은 공격 상황에서의 3-2-5 대형과 수비 상황에서의 5-4-1 대형은 각 팀의 사정에 맞게 잘 바꿀 수 있다면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고 결국에는 다수가 에메리 체제의 빌라의 전술을 모방했다. 마치 2010년대 중후반 라리가의 중하위권 팀들이 시메오네가 창시한 수비형 4-4-2를 모방한 것과 유사하게 말이다.
아스톤 빌라에서 확실하게 명장 반열에 오른 에메리는 파리와 아스날에서는 실패를 경험했지만 본인만의 확실한 색깔의 축구로 다시 부활했고 아스톤 빌라라는 본인만의 도화지로 그림을 그려냈다. 그 덕분에 빌라는 21세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글 : 박영빈
문의 : ( piao00999@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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